로고


커뮤니티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추천리뷰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안옥현 개인전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본 세상’리뷰

김영태

안옥현 개인전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본 세상’리뷰


전시기간: 2014. 10.14~11.1

전시장소: space 22


우리시대 사랑의 통속성을 이미지화하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갈대밭에 문영과 혁규, Digital C Print, 100x150cm, 2013

 지난 50 여 년 동안 예술사진은 다양한 미학 및 외형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특히 1960년대에 개념미술과 사진이 만나면서부터 시각적인 요소보다는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개념과 주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진은 다른 시각예술매체 보다 좀 더 시각적이고 작품의 표면이 작품의 완성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예술제도 장안에서의 사진은 작품의 개념 및 주제가 무시 할 수 없는 평가대상이다.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특정한 현실을 남다른 시각으로 분석한다. 또한 그것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알레고리적으로 표상하는 것이 동시대적인 사진가의 작업태도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작품의 표면과 내용 모두 중요하다. 두 요소가 팽팽하게 균형을 유지 할 때 작품으로서의 정당성을 갖게 된다.


 안옥현은 인물을 대상으로 사진과 영상을 표현매체로 사용하여 작업을 한다. 인물의 사적인 감정이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문화적인 관점에서 대상에 접근하기도 한다. 이번에 전시하는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본 세상’시리즈는 알레고리적인 수사법을 선택한 결과물이다. 이 시리즈에서 작가 선택한 표현매체는 사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가 민망함이 느껴질 정도로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을 찍은 대형사진이 전시장 벽면에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시장은 두 칸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또 다른 칸에는 여성들이 한쪽 가슴을 드러내놓고 찍은 사진과 속옷 차림으로 내밀한 사적인 공간에 서 있는 여성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은 원래 외형이 사실적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쉽게 파악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쉽게 내용을 읽을 수 없는 매체다. 특히 이번에 안옥현이 전시한 작품은 얼핏 보아서는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남녀가 포옹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 속옷 차림의 여성을 찍은 사진, 한쪽 가슴을 민망하게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 등 이처럼 세 가지 내용으로 분류 할 수 있는 사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에베레스트 산’이 너무나도 흔한 이미지가 되면서 의미가 퇴색하고 통속적인 이미지가 된 것처럼 ‘사랑’도 흔하고 넘치게 되면서 통속화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대중적인 미디어가 발전하고 자본이 대중문화의 주체가 되면서 가장 많이 다루는 소재 중에 하나가 사랑이다. 너무 많고 넘치면 진정한 의미가 사라지고 존재하지 않게 되는데, 관점에 따라서는 그 중에 하나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일 수도 있다. 작가의 작품의 출발점은 이 지점이다. 그래서 통속화된 사랑의 이미지를 1970년대나 80년대 영화포스터사진처럼 재현 한 것이다. 이러한 주제와는 간극이 느껴지는 또 다른 사진들은 사랑을 통속적으로 재현한 결과물의 중요한 주인공인 여성의 내밀한 심리를 묘사한 이미지다. 여성의 개인적인 심리의 흐름이 느껴지는 결과물은 감정이 조금은 격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욕망, 슬픔, 자기애, 고독 등과 같은 단어가 연상되는 사진들이다. 또 가슴을 드러내어 조금은 야하게 느껴지는 사진은 어떤 캠페인성 이벤트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이야기하는 메인 주제를 표현한 사진들은 유치함 그 자체다. 모델들의 손동작과 포즈가 과장되어있고 직접적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델들은 직업모델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작가의 표현의도에 부합되게 포즈를 취하고 표정도 그와 어울린다. 얼핏 보면 작가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연인들이나 부부들이 장난스럽게 찍은 기념사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작품 그리고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진부한 주제다. 현재도 수많은 TV 드라마에서 사랑을 모티브로 다양한 통속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그러한 문화적인 현실을 풍자했다. 현대사회는 과거에는 역사가 아니었던 것이 역사가 되고 있다. 가구, 음식, 복식, 시계, 구두 등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 역사가 주목받고 기록한다. 예술도 언제부터인가 거대담론에서 탈피해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 흔한 것, 사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도 일상에서 만난 사소한 사건을 모티브로 선택해서 자신의 사진작업에 수용했다. 오래된 액자에 담겨져 있는 에베레스트 산 사진, 옛날 영화포스터 등이 예술로서 변주되어 담론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것이 또한 우리시대 대중문화의 소산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시점부터 순수성과 숭고함을 잃어버리고 물질문명과 합리주의에 매몰된 채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일깨워준다.

전체 0 페이지 0

  • 데이타가 없습니다.
[1]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